진주꽃배달 우리 몸에도 수많은 미생물이 살고 있다. 2008년 미국 국립보건원(NIH)은 '휴먼 마이크로바이옴 프로젝트(Human Microbiome Project·HMP)'를 시작했다. 인간의 몸에 공존하는 미생물 전체, 즉 '휴먼 마이크로바이옴(Human Microbiome)'을 체계적으로 연구하기 위한 대규모 연구였다. HMP 1단계 연구(2008~2012)에서는 건강한 자원자 300명을 대상으로 입속, 콧속, 피부, 장, 생식기 등 여러 부위에서 5000개 이상의 시료를 채취해 미생물을 분석했다. 이를 통해 인체 각 부위에 어떤 미생물이 살아가는지, 건강한 사람의 미생물 생태계가 어떤 모습인지 지도를 그리기 시작했다. 이어진 2단계 연구(2014~2019)에서는 한 걸음 더 나아가 마이크로바이옴 변화가 비만, 염증성 장질환, 당뇨, 면역질환 같은 질병과 어떤 관련이 있는지를 본격적으로 추적했다. HMP 연구에 따르면 사람 몸에는 적어도 사람 세포 수만큼의 미생물이 서식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더욱이 이들이 지닌 유전자의 종류는 인간 유전자보다 훨씬 더 다양하며, 이 미생물 유전자들이 우리 건강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대표적으로 장내미생물은 신진대사에 깊숙이 관여한다. 장은 단순히 음식물을 소화하고 양분을 흡수하는 기관이 아니다. 우리 몸을 지키는 면역세포의 상당 부분이 장에 집중되어 있을 정도로, 장은 인체에서 가장 거대한 면역기관 가운데 하나다. 곰곰이 따져보면 이는 당연한 일이다. 장은 우리가 먹은 음식물이 지나가는 거대한 통로인 동시에, 외부에서 들어오는 수많은 미생물과 이물질이 끊임없이 마주치는 최전선이기 때문이다. 중요한 점은 장의 면역 상태가 장 안에만 머물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현대 생물학은 장과 인체 여러 장기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를 '장-X 축(Gut-X axis)'이라고 부른다. 장과 뇌를 연결하는 장-뇌 축, 장과 폐를 연결하는 장-폐 축처럼 장은 전신과 끊임없이 신호를 주고받는다. 장내미생물이 만들어내는 물질과 면역 신호는 혈액과 신경계를 통해 몸 곳곳으로 전달된다. 최근에는 장내미생물이 생산하는 특정 대사물질이 뇌 기능과 감정 조절에도 관여할 수 있다는 연구도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장내미생물의 변화가 비만과 당뇨, 알레르기와 면역질환은 물론이고 불안감과 우울감 같은 정신건강에까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연구 결과들이 잇따라 보고되고 있다. 우리는 혼자가 아니다. 인체는 인간 세포와 미생물이 함께 만들어내는 거대한 공동체, '홀로바이온트(Holobiont)'다. 더욱 놀라운 점은 이 공생 관계가 몸 안에서만 끝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