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개인회생 비상계엄이 간단하게 해제될 수 있었던 이유는 명백하다. 1987년 헌법을 만든 사람들이 지금의 우리보다 더 진지하게 대통령의 계엄령 발동이 가져올 수 있는 악영향에 대해 고민했기 때문이다. 지금의 헌법은 대통령의 비상계엄을 통제하는 측면에서 결코 약하지 않다. 프랑스의 경우와 비교해 보면 이해에 도움이 될 것이다.
프랑스 헌법 제16조에 따르면 대통령의 비상조치 선포 후 30일 후 헌법위원회가 국회의장이나 국회의원의 요청에 따라 비상사태 유지 여부를 심사한다. 60일 경과 후에는 헌법위원회가 직권으로 유지 필요성을 심사하며, 필요하지 않다고 판단되면 즉시 해제하도록 돼 있다.
얼핏 보면 강력한 제지 조항 같지만 실은 그렇지 않다. 어떤 경우에도 대통령이 비상조치를 한번 선포하면 30일간은 비상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는 말과 같기 때문이다. 계엄령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프랑스 헌법 제36조에 따르면 계엄령 선포는 각료회의에서 결정되며 12일이 지나면 의회의 연장 승인이 있어야만 효력이 유지된다. 즉 11일까지는 의회 승인 없이도 계엄 상태가 지속된다.
프랑스는 전 세계에서 민주주의의 첫발을 뗀, 흔히 ‘왕의 목을 친 나라’로 불리는 나라다. 그런 프랑스조차 대통령의 비상사태 선포와 계엄에서는 대한민국 헌법보다 훨씬 느슨한 통제 조항을 마련하고 있다.
대통령의 계엄이란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지만, 때로는 국가체제를 지키기 위해 동원돼야 할 ‘양날의 칼’이다. 위험하다는 이유로 칼을 무디게 만들면 그 칼을 쓸 수 없다. 계엄령은 남용돼서는 안 되지만, 유명무실해져서도 안 된다. 국가가 비상사태에 놓였을 때 대처할 수 있는 역량이 훼손될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현재 발의된 개헌안대로 대통령이 계엄령을 발의하기 위해 국회의 ‘동의’를 요하도록 한다고 가정해 보자. 대통령이 부산에 있을 때 북한이 미사일로 서울을 공격해 국회가 제 기능을 할 수 없는 비상사태가 벌어져도 대통령은 비상계엄을 선포할 수 없다. 치안 유지가 안 되고 전시 대응이 늦어지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우리 국민에게로 돌아온다. 계엄령은 국민의 인권을 침해하는 식으로 잘못 쓰일 수도 있다.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국민의 생명과 안보를 지키기 위해 필요한 헌법적 최후 수단이다.
현행 헌법의 계엄령 관련 통제와 제어는 부족하지 않다. 프랑스의 사례와 비교해 보더라도 그렇다. 한국은 현행 헌법으로 대통령의 불법 비상계엄을 막아냈다. 이미 ‘성능’이 입증된 셈이다. 잘 돌아가는 부품은 굳이 교체하지 않는 것이 상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