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 BOMUL(보물)'도 업계
김씨는 지난 2년을 어떻게 견뎌왔는지 실감이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지난번 모임 때보다 안락사에 대해 더 확고한 생각을 갖게 되었다고 했다. 스위스에서 죽음을 맞이하는 데에는 3000만원 정도 비용이 든다. 그는 생의 말기에 겪게 될 고통을 생각하면 이 비용이 그렇게 비싸게 느껴지지 않는다고 했다. 무엇보다 그에게 스위스행은 일종의 보험이었다. 최후의 수단을 갖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지금의 삶을 버티게 하는 위로와 안심이 되기 때문이다.김씨의 이야기는 오늘날 우리가 마주한 죽음의 지형도, 혹은 지옥도처럼 펼쳐졌다. 그가 묘사한 현실에서 ‘생명은 신성하기에 환자 돌봄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말은 형벌처럼 다가왔다. 생의 끝자락은 다행과 불행의 길고 지루한 줄다리기처럼 느껴졌다. 환자와 그를 둘러싼 사람들이 고군분투하는 가운데 안락사는 탈출구처럼 보였다. 스위스로 가겠다는 그의 엄숙한 선언에 나는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한편, 김씨의 경험은 생의 끝자락에서 한국의 의료·돌봄 체계가 철저히 실패하고 있음을 드러낸다. 사회경제적 배경을 놓고 보면 그는 대졸 이상의 고학력자로 복잡한 의료 정보를 이해하고 처리할 수 있는 역량을 지니고 있다. 대기업 재직 경험과 일정한 경제력, 가족들의 협조 속에서 2년간 간병에 전념할 조건을 갖추고 있었다. 그의 이야기는 개인의 능력으로 의료·돌봄 체계의 실패를 나름대로 만회한 사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