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시절 전학 간 학교에서 만난 친구들...
낯선 곳에서의 두려움도, 두고 온 친구들에 대한 그리움도 달래주었던 나의 귀한 친구들..
우리는 무슨 인연이었기에 하루종일을 같이 놀고도
해질 녘 집으로 갈 때 우루루 몰려 한 친구의
집 앞까지 바래다 주면
또 혼자 가는 길이 무섭다고 몰려 따라와주었지..
그렇게 깔깔대며 웃고 떠들던,그 밤에는 별도 달도 우리를 지켜줬는데..
세월이 우리들의 사이를 무수히도 흘러가고 이제 50의 나이를 먹은 머리 희끗희끗한 아줌마가 돼버렸지..
언젠가 함께 만나자며 그렇게 벼르다가 드디어 만나기로 약속하던 날..
곳곳에 흩어져사는 친구들이 내가 사는 통영으로 온다고 했을 때 아무런 걱정도 없다가
막상 깔끔하고 정갈한 친구들이 이틀을 보낼 숙소를 찾는 일이 오히려 쉽지 않았다.
주변 지인들께 수소문했더니 펜션 이 곳 저곳을 소개해주셨지만 마음에 들지 않았다.
낮에는 주로 차를타고 여러곳을 다닐거라 저녁무렵 석양이 아름다운 곳을 생각하다보니 일몰이 아름다운 달아마을이 떠올랐다.~~
산양면을 오가며 달아펜션이라는 표지판을 본 기억이 있어서 사전답사로 찾아간 날...
어린시절 꿈꾸던 언덕위의 하얀 집에 유럽의 고풍스런 느낌까지 더해져 설레였다.^^
친절하고 눈웃음이 고운 사장님께 집을 둘러보고 싶다했더니 흔쾌히 허락하셔서 네명이 묵기에 조금 큰 듯했지만 벽난로가 있는 2층을 들어가 보았다.
거실에서 보이는 미륵도의 바다풍경이 이렇게 에쁜줄을 모르고 살았다는게 아쉬울정도로 아름다운 풍경이 창에 가득했다. 깔끔하기가 여느 사업목적의 펜션과는 차원이 달랐다.주방에서도 바다가 훤히 보였고 무엇보다 풀먹인듯 깨끗한 침구를 보고 놀랐다. 여행을 다녀보면 늘 침구때문에 불쾌함을 경험했던터라 호텔처럼 정갈한 침구에 반해버렸다.
예약을 하고 설레이는 마음으로 기다리다
친구들이 오던 날..
어릴 적 그 시절로 돌아가 목젓이 보이게 웃고 맛난음식을 나눠 먹으며 그 때처럼 깔깔거렸다.
세월이 그렇게 흘렀어도 우리는 여전히 분홍빛 여중생들이었다.^^
온 동네를 쏘다니다가 억지로 헤어지던 그 날밤 대신 함께 밤을 새며 수다 떨 생각에 모두들 들떠있었다. 날씨가 추워 조금 일찍 펜션으로 갔더니 사장님께서 미리 난방을 켜놓으시고 부탁드린 벽난로를 피워주셔서 따뜻하고 아늑했다.
서울에서 대구에서 온 친구들은 창으로 비치는 해지는 풍경에 모두들 넋을 잃었고 우리는 잠시 흘러간 시간들을 떠올렸다...
어린시절 우리를 지켜주던 별빛도 달빛도 석양빛도
그 날 저녁 우리와 함께였다.~~
흐르는 시간을 붙잡고 싶을만큼 모든것이 좋았다.
까슬하고 정갈한 이불속에서 웃다가 울다가 밤이 흐르고.. 맞은 아침...
간단히 아침을 챙겨먹고 펜션을 나설 때, 친구들은 꼭 다시 가족들과 올거라며 사장님께 인사를 했다.
통영에 살고 있지만 나도 꼭 가족들과 함께 가고싶은 곳이 생겼다.
달아펜션에서의 추억으로 우리는 또 몇 년을 버틸 수 있을것같다. 감사하고 감사한 시간들이다..